[SCM KPI] OTD 95%의 함정, 글로벌 기업들이 OTIF를 선택하는 이유
완벽한 배송의 이면: OTD 95%의 기업이 고객에게 욕먹는 이유 (OTD vs OTIF)
글로벌 공급망(SCM) 관리자들의 영원한 숙제는 바로 ‘약속한 제때 물건을 배송하는 것’입니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대다수 기업은 OTD(On-Time Delivery, 적기 납품률)를 핵심 KPI로 관리합니다.
만약 우리 회사의 OTD가 95%라면, 꽤 훌륭하게 공급망을 운영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OTD 95%를 찍고도 고객사 구매 담당자로부터 "대체 납기가 왜 이 모양이냐"라는 거친 항의를 받는 미스터리한 일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그 비밀은 바로 ‘제때(On-Time)’와 ‘완벽하게(In-Full)’의 격차에 있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OTD의 치명적인 한계를 파헤치고,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왜 새로운 표준으로 OTIF(On-Time In-Full)를 채택하고 있는지 그 이유와 공급망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1. OTD의 치명적인 착시: "제때 보냈지만, 다 주진 못했다"
OTD는 일반적으로 ‘약속된 날짜(또는 시간)에 배송이 완료된 비율’을 뜻합니다. 계산 기준을 '배송 횟수(수송 건수)'로 잡느냐, '주문 라인(Line)'으로 잡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시간(Time)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여기서 아주 위험한 착시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장비 제조업체 A사와 고객사 B사의 거래 시나리오
B사가 A사에게 공장 가동에 필수적인 특수 부품 100개를 5월 10일까지 납품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 5월 10일 당일: A사는 약속된 시간에 맞춰 부품을 배송했습니다. 하지만 재고가 부족하여 90개만 먼저 보냈고, 나머지 10개는 일주일 뒤에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 결과 분석:
- 배송 트럭은 약속된 날짜에 정확히 도착했으므로 OTD(적기 납품률)는 100%로 기록됩니다.
- 하지만 고객사 B사는 부품 10개가 모자라 결국 라인 가동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A사의 SCM 팀은 대시보드에 찍힌 ‘OTD 100%’를 보며 환호하고 있겠지만, 고객사 B사의 구매 담당자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OTD는 "납기는 지켰으나 수량은 미달된 상황"을 잡아내지 못하는 치명적인 한계를 가집니다.
2. 공급망의 새로운 절대 기준, OTIF(On-Time In-Full)란?
이러한 OTD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OTIF(적기적량 납품률, On-Time In-Full)입니다.
OTIF는 단어 그대로 ‘제때(On-Time)’ 그리고 ‘주문한 수량 그대로 완벽하게(In-Full)’가 동시에 충족되어야만 1점(성공)을 부여하는 매우 까다로운 지표입니다. 둘 중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그 배송은 0점(실패) 처리가 됩니다.
만약 앞서 언급한 시나리오처럼 100개의 주문 중 90개만 제때 도착했다면, OTD는 100%일 수 있지만 OTIF는 0%가 됩니다. 단 1개의 품목이나 수량이 모자라도 고객의 비즈니스에는 차질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OTIF는 공급망의 완성도를 고객의 시선에서 가장 정확하게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3. 글로벌 거인들이 OTD를 버리고 OTIF를 선택한 이유
유통 및 제조 분야의 글로벌 공룡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OTD가 아닌 OTIF를 협력사 관리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글로벌 유통 1위 기업 월마트(Walmart)입니다.
월마트는 전 세계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살벌할 정도로 엄격한 OTIF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기준에 미달할 경우, 미납되거나 지연된 상품 가치의 일정 비율을 벌금(Penalty)으로 부과합니다.
월마트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이토록 OTIF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① 매대 품절(Out-of-Stock) 방지 및 매출 직결
유통업에서 매대가 비어있다는 것은 곧 매출 기회의 상실을 의미합니다. 트럭이 제때 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매대를 채울 '정확한 수량'의 물건이 내리는 것입니다. OTIF가 무너지면 소비자들은 경쟁사 매장이나 타 플랫폼으로 이탈합니다.
② 다단계 공급망의 동기화(Synchronization)
현대 SCM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습니다. 부품 A, B, C가 모두 모여야 완제품을 조립할 수 있는데, 부품 A 제조사가 OTD 100%라며 제때 왔더라도 수량이 80%뿐이라면 전체 조립 라인이 멈춥니다. 즉, 하위 협력사들의 OTIF 실패는 상위 공급망 전체의 붕괴(채찍효과)로 이어집니다.
③ 물류 및 창고 운영 효율화
약속된 수량이 한 번에 들어오지 않고 쪼개져서 들어오면(분할 납품), 창고에서는 입고 처리, 검수, 적재 작업을 두 번, 세 번 반복해야 합니다. 이는 고스란히 불필요한 물류비용과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4. 완벽한 OTIF 달성을 위한 SCM 공급망 정렬(Alignment) 전략
OTD에서 OTIF로 중심축을 이동하는 것은 단순히 지표 하나를 바꾸는 문제가 아닙니다. 기업의 구매, 생산, 물류, 영업이 하나로 움직이는 공급망 정렬(Alignment)이 필수적입니다.
- 실시간 재고 가시성(Visibility) 확보: 생산 부서와 물류 부서가 실시간 재고 데이터를 공유해야 합니다. "줄 수 없는 수량"을 약속하는 영업 관행을 막고, 가용한 재고 범위 내에서 정확한 ATP(Available-to-Promise)를 산출해야 합니다.
- 수요 예측 정확도 향상: 'In-Full'을 만족시키려면 결국 적정 재고가 버텨주어야 합니다. AI 기반의 수요 예측을 통해 급작스러운 수요 변동에도 수량을 대응할 수 있는 안전재고(Safety Stock) 전략이 고도화되어야 합니다.
- 협력사와의 데이터 연동(EDI, 포털 등): 우리 회사만 잘해서는 OTIF를 높일 수 없습니다. 1차, 2차 협력사의 자재 납품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공급 차질이 예상될 때 즉각적으로 생산 계획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한 에코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 결론: 고객이 체감하는 품질은 결국 OTIF다
공급망 관리자 입장에서 OTD는 달성하기 비교적 편안한 지표일지 모릅니다. "어쨌든 보냈다"는 면피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객이 체감하는 서비스 수준(Service Level)은 오직 OTIF에 의해서만 결정됩니다.
우리 회사가 열심히 배송하고도 고객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대시보드의 OTD 지표 뒤에 숨겨진 '수량의 공백'을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완벽한 배송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바로 일류 SCM으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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