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시장 캐즘에 빠지다.
초기시장과 주류시장 사이에서 나타나는 수요의 하락이나 정체현상을 캐즘(Chasm)이라고 합니다. 기존에 있던 시장을 대체하기 위해 생겨난 신제품들이 대부분 거쳐간 구간이기도 합니다. 일부 제품은 캐즘을 무사히 넘기고 새로운 아이템으로서의 입지를 공공히 하기도 했지만 일부는 그대로 사장되어 영영 볼 수 없는 구시대의 물건이 되기도 했습니다.
캐즘이란 단어는 기업컨설턴트였던 제푸리 무어 박사가 최초로 사용하였습니다. 얼리어답터들과 마찬가지로 혁신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중심이 된 초기 시장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시자들사이의 주류시장으로 넘어가기 위한 과도기적 구간으로 일시적인 수요가 정체 또는 후퇴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대표적인 성공케이스가 바로 MP3 입니다. 당시 PC에서나 구현이 가능하던 MP3파일을 휴대장치에 저장하여 어디서나 쉽게 음악을 재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혁신성으로 초기 소비자들은 열광하였지만 역시나 메일 시장으로 진입하기에는 몇가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한 곡당 볼륨이 커서 단말기에 저장할 수 있는 곡수가 많지 않았습니다. 또한 MP3를 다운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서 이용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MP3로 변환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빠르게 메모리가 발전되었고, 인터넷의 보급과 확대는 MP3가 음악의 주류시장으로 진입하도록 만들어준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MP3는 빠르게 워크맨과 CD플레이어 시장에서 주류로 등극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배터리 시장 역시 캐즘에 빠져 있다는데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국내의 대표적인 배터리 소재업체인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엘엔에프등의 실적악화가 그 근거입니다.
위 3사의 지난 4분기 실적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23년 하반기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하락하는 캐즘을 격으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70 ~90% 감소하여 모두 적자전환하였습니다. 에코프로는 1224억, 포스코퓨처엠은 737억, 엘엔에프는 20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였습니다.
캐즘구간 돌파를 위해서 국내 양극재 3사의 제품비중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프리미엄 세그먼트에 많은 비중을 할애했던 것을 중저가용제품과 엔트리 모델로 무게중심을 이동시켜 시장점유를 확대한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기준 프리미엄 제품 비중 38%에서 19%까지 낮추고 볼류모델 비중을 66%, 엔트리모델을 15% 확대한다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양극재 뿐만 아니라 배터리 소부장 업체들 모두 캐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전기차의 수요 복구가 전제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ICE(내연기관차량) 수준에 걸맞는 편의성 확보 및 안전성을 EV차량들이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터리 산업이 캐즘 돌파를 위해 필요한 조건
1. EV 주행거리 경쟁력 확보
전기차 유저들의 가장 큰 불편사항은 역시나 1회 충전으로 가능한 주행거리입니다. 프리미어 제품이 아닌 경우 300km 대역의 주행거리는 운전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EV에 접근이 용이한 25000달러 수준의 제품들은 대부분 LFP 배터리를 채용하기에 주행거리 확보와 가격의 Trade-off 구조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접근성이 좋게하기 위해서 경쟁력 있는 가격대를 확보해야 하지만 성능 역시 ICE 차량 대비 떨어질 경우 실용성을 중시하는 주류시장으로 진입은 어렵다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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